이번엔 중2병이라기엔 조금 핀트가 안 맞는 글. 그저 좀 찌질할 뿐.
그렇다고 아예 아니라고 하기도 뭐 하고...

중2병편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네요. 다행이다.

IRiS nX, 200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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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유전
인생에 있어서 기름밭의 의미
2002/05/23 (Thu) #32

요즘 눈물이 늘었다.
그렇다고 해서 많이 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울고 싶을때가 많다는 이야기지.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작년에 겪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경험적으로 판단해 보건대 이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지 못해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만나기 때문이다. 사람은 고독에 익숙해질 수 있다고 하던가. 그러나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시 헤어지면 그때는 처음부터 다시 고독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그래서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님 말구.

친구는 많지 않다. 아는 사람은 꽤 된다. 나는 사람과 친해지는 데 그리 익숙지 못하다. 필요한 건 시간이다. 이 공간은 시간을 그리 많이 제공하지 않는다. 돼지우리처럼 50명씩 몰아넣고 하루 종일 가둬놓으면 같이 있을 시간은 차고 넘치게 마련이지. 옛 공간은 그런 의미에서, 순전히 그런 의미에서만 좋았다. 나머지 요소는 역겹다.

그때는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 한없는 무의미함에. 어쩌면 그래서 떨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해에, 아니, 정확히 말해서 그 다음해의 뒤쪽 반에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돌아갈 곳도 없었고 -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것은 예의도 아니었거니와 나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박차고 나왔다가 실실거리면서 돌아와서 비굴하게 끼워달라고 하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다 - 결정적으로 시간이 없었다. 역시 고3보다는 재수생이라는 신분이 불안정하다. 무슨 기계처럼 읽고 외웠다. 아무 의문 없이. 정말 머저리같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내게 새로운 있을곳과 자괴감과 스스로에 대한 불신을 남겼다. 내 말과 행동은 메스꺼울 정도로 맞지 않았다. 그 4개월은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역겨웠던 시기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일을 하고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 고민하고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이 입에 붙어버렸다. 하고 싶었던 일, 하려는 일 모두가 멎어버린 한심한 나날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관해서라면, 어느새 확신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이미 난 스스로를 믿지 않는다. 어떤 요소에 의해서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를 통채로 내 던져버릴 수도 있을것이다. 한번 한 일이거든. 프로테스탄트들이 카톨릭보다 무신론자가 되기 쉬운것과 같은 이치다(우리나라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말이지만).

한심하다. 너무 한심하다.
한심해서 어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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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oilif :훌쩍..여행을 떠나봄은 어떨까. 나는 드넓은 수평선이 그립다.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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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는 지금까지도 여파가 남아있는 트라우마. 우마우마.
음. 그래도 맘 편히 먹고 사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나름 잘 살고 있고요.

이 글엔 길게 뭐라고 덧붙일 기분이 나지 않네요. 쓸 말이야 있지만 패스.
2008/07/17 20:05 2008/07/1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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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B 2008/07/18 0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2병 관련 포스트는 어째 달리는 댓글들도 예술이구나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