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써 놓은 글에 이어서 글이라도 하나 쓸까 싶었는데,
사실 옮길 글도 쌓여있으니 때우는 셈 치고...가 아니라 그냥 때웁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다이어리, 2005-12-1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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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5 01:28

어느 순간 사람들은 열심히 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떠나갔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로부터는 내가 떠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기분은 좋았지만 정신위생에는 좋지 않았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그 파편들만이 내 기억을 일깨웠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두셋씩 모여서 밥을 먹으러 다녔고 나는 굳이 살 필요가 없었기에 혼자서 밥을 먹었다. 밥을 혼자 먹자 둘이 먹는 것보다 반찬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남의 걸음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주위를 둘러보자 내가 그동안 놓친 재미있는 것들이 내 주위에서 서성댔다. 느긋할 기분이 나는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도 하고 있었다. 이미 늦었어. 언제나 되뇌이던 말이 슬쩍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와 공기를 울려 멀리 달아났다. 다시 돌아올 것을 기약하지 않아도 돌아올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즐거움은, 우울함을 품고 다가온다.
우울함도 즐거움을 품고 오는 거라고 믿고는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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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글을 보고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템포가 좋네요.
막판에 좀 망가지긴 했지만(세 번째 문단 말이예요. 그 문단 마지막 문장은 억지로 짜낸 느낌이 강합니다).
머리 속에서 확 떠올라서 첫 문장을 쓰고, 나머지는 그냥 짜낸 글 같은 생각도 조금은 듭니다.

아무튼 혼자 다녀야 보이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도 있지요.
2008/10/21 22:06 2008/10/2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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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B 2008/10/22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음...그래도 좀 떼로 몰려다니는 것도 필요하지?

    맘에 드는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겠냐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