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아직도 글이 더미더미 쌓여있죠. 죽을 때까지 옮겨도 다 못 옮길지도 몰라요.

아무튼 흔적을 긁어모으는 나날입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게시판-부자유게시판, 2004-08-3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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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것들

2004.08.30 00:51

자신의 싫은 모습에 부딪히는 것은 상당히 기분 나쁜 일이다. 대개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간질거리다가는 다시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곤 하는 것들. 대개 그러하나 가끔씩은 왈칵 솟구쳐 오기도 하는 그런 것.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솟구침조차 대개는 스스로 준비하고 세심하게 타이밍을 계산해서 튀어나오는 것이다. 흡사, 혼자서 TV를 보고 밖에 사람이 있을 때면 감탄사가 더 크게 나오는 것처럼. 나르 봐 줘요, 여기를 봐 줘요, 라고 하듯이.

그래서 이곳에 이런 식으로 내가 싫어하는 나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조차가 일정 이상 응석이다. 응석을 부리는 것이다. 나는 이런 녀석이예요. 그러니 욕하지 말아줘요. 차라리 배려해주고 마음 써줘요, 하고.



이렇게 거창하게 쓰니 본론을 쓰기가 싫어진다.

잘난 척 하는 사람이 싫었다. 아는 척 하는 것도 싫었다. 알지도 못할 말을 지껄이면서 스스로 도취되어서 점점 더 알 수 없는 세계로 빠지는 인간들이 싫었다. 그렇게 싫고 싫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나도 같았다.

나도 알지도 못할 말을 지껄이면서 도취에 빠지곤 했다. 그래도 내가 알지 못할 말을 지껄이는 것은 싫었다. 결국 내가 싫어한 것은 그냥 잘난척 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이었던걸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조금이라도.

자신은 편한 위치에 있는 채로 남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싫었다. 나는 괜찮은데 당신을 좀 곤란하겠구랴.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도 나는 또 그런 상황에 있곤 한다. 어쩌면 나는 지독히도 안정적인 사람인 것일지도 모른다. 사소한 일에서 자주 느껴버리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나 개인적인 공간을 가장한 광장에서 이렇게 말들을 놓아보내면서 나는 또다시 재미 없음을 느끼는 것이다. 어차피 엄살과 응석일 뿐이니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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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혐오란 건 뒤집힌 자기애인 거고, 아니 뭐, 싫어=좋아라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닌데요, 아무튼 좋은 거든 싫은 거든 상당히 적극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유지하는 데 심리적으로 비용이 제법 많이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자학도 부지런한 사람이나 하는 거예요.

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싶긴 하지만 그건 핑계죠.

얇은 판막같던 마음 어느 구석이 이제는 다 닳아서 없어진 그런 느낌.
잃어버린 것은 이미 잃은 것이므로 무엇인지 기억할 수 없습니다.
다만 무언가가 없어졌다는 것 하나만이 확실할 뿐.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만. 반대라면 좋기는 하겠지만.
2010/02/25 01:01 2010/02/2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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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B 2010/02/25 2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잉~ 그냥 어른이 되어 간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남.
    포지티브 하게 가자구.
    ..
    ..
    너무 단순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