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iS nX] 2002-03-11, #21 고양이

글/기타 2008/02/16 02:43 ScrapHeap
글 옮기기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이번 타자는 옛 홈페이지에 있던 IRiS nX 출신.

IRiS nX가 뭔지 모르실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게시판보다는 '글판' 에 가까운 물건인데, 그림도 넣을 수가 있습니다. 댓글도 달 수 있어요. 요즘같아선- 딱 블로그같은 물건. 물론 블로그라는 개념이 대두되기도 전 물건이고, 트랙백도 못 보내고, RSS피드도 없고, 기타 등등도 없습니다. 없어요. 블로그라는 개념 자체가 완전히 정의되지 않은(내지는 완전히 정의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여기서 후략.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이니 이만 해 두지요.
참고로, 만드신 분 홈페이지는 http://nvyu.net/입니다. 멀쩡하게 살아있군요! :D

아, 사실 이 홈페이지의 IRiS nX도 아직 살아있습니다. 메뉴에서 없앴을 뿐이지요. 문제도 하나 있지요. css를 사용하는 물건이었는데 홈페이지 리뉴얼 하면서 스타일시트 내용과 이름이 바뀐 터라, 제대로 안 나옵니다. 글을 읽을 수는 있어요.
주소는 http://crap.x-y.net/cgi-bin/irisnx/irisnx.cgi입니다. 궁금하면 가 보세요.
참고로 댓글은 막아놨고, 댓글을 쓰려고 하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무튼, 잡설이 길었습니다. 첫 글 나갑니다.
IRiS nX는 제목-부제-날짜-본문이 있으니 참고.

IRiS nX, 2002-03-11

==========

고양이
으음... 고양이도 괜찮지...?
2002/03/11 (Mon) #21



기숙사 근처엔 고양이가 몇 마리 산다.
아니, 직접 본 건 한마리 뿐이긴 하지만.

주인 있는 녀석이 그렇게 돌아다니지는 않을테니까, 아마도 들고양이겠지. 그렇다면 식당에서 나오는 찌꺼기라도 먹고 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간에 건물 앞에서 담배라도 피우고 있다보면 가끔씩 보인다. 할 일도 없고 해서 물끄러미 쳐다보면 녀석도 마주본다. 역시 물끄러미.
고양이 눈은 확실히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다. 덩치도 제법 되는 까맣고 하얀 얼룩무늬 고양이. 가끔씩 야옹거리면서, 사람을 따르는지 내 발치를 맴돈다. 어떨 때는 내 앞에서 몸을 뒤집으면서 아양을 떨기도 하고(물론 내 주관적 판단이다. 실제로 아양을 떠는건지, 아니면 비폭력 시위라도 하는 것인지는 그야말로 고양이 사정이겠지).
그러다보면 어쩐지 미안해질 수 밖에 없는 게, 뭐 줄 게 없는 것이다. 담배라도 줄까, 하는 마음으로 째려보면 녀석은 또 내 손에 들린 불붙은 담배를 물끄러미. 웃기는 녀석이다.
진짜로 줬다간 화상이라도 입겠지, 하며 불을 꺼버린다. 그러면 녀석은 또 잠시 내가 버린 담배 꽁초를 쳐다본다. 그러나 곧 흥미를 잃고 만다. 현명한 놈이다. 니코틴과 타르에 찌들은 담배 필터따위엔 관심을 두지 않는, 건강에 좋은 훌륭한 자세다.

담배는 꺼버렸다. 밖은 춥다. 들어갈까, 하면서도 녀석이 또 내 시선을 끈다. 예전엔 개파였는데, 어째 고양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뭐하나. 기숙사에서 애완동물을 키울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우유라든가 과자라도 줄까... 라는건 또 불가능. 매점은 이미 문을 닫았다. 그냥 앉아서 쓰다듬어본다. 으음. 나쁘지 않아. 털도 복실복실하고(좀 먼지가 묻기는 했지만).
...라는 생각을 하는데 돌연 품 속으로 뛰어들어온다. 대책 없군. 널 달고 안으로 들어가기라도 하라는 거냐. 몸을 일으킨다. 근데 예상 외로 끈질기게, 떨어지질 않는다... 왠지 측은하다...
으음. 측은하다고 해서 뭘 해줄 수 있을까. 잡아 떼어낸다. 그랬더니만 냐옹거리면서 내 발밑을 맴돈다... 이봐, 대충 좀 봐달라고. 죄라도 지은듯이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는다. 고양이는 여전히 유리문 밖에서 물끄럼. 정말 죄라도 지은 느낌이 되어버린다. 그래봤자 별 수 없긴 하지만.

기숙사 근처엔 고양이가 한 마리 산다.
아니, 아마도 몇 마리정도 있을게다.

...한 마리밖에 없다고 하면 좀 외로우니까.

----------
1. 아델 :키우고 싶네요...스크랩님에게 정들었나봐요.^^; [03/11]
2. GB :굉장히 멋진 체형을 가진 고양이들이었다고 들었네만 [03/12]
3. scrapheap :기숙사라서 못키우는게 좀 아쉽더라구요. :) [03/14]
4. GB :난 고양이랑 상극이라 --;; [03/14]
5. pilior :키우던 들쥐들이 봄이 되니 가출을 하였다네 -ㅅ- [03/15]
6. 루브날 :봄타는 게야...축생이든 인간이든.. [03/27]

==========

이야, 이 글 여기 있었네요. 뜻밖입니다.
사실 댓글을 옮기는 건 좀 문제의 소지도 있지만 그냥 옮겨둡니다.
참고로 저기 나오는 기숙사는 서울대 기숙사 신관(918동인가 921동인가...둘 중 남자기숙사였던 쪽). 공사를 엄청나게 했는데 건물이 남아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렇게 고양이와 놀던 저도 지금은 금연자에 고양이 알레르기.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거짓말이지만.



아니, 금연에 고양이 알레르기는 진짜구요.
2008/02/16 02:43 2008/02/16 02:43

트랙백 주소 :: http://www.scrapheap.pe.kr/TT/01/trackback/82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GB 2008/02/16 2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보니까 나름 재미가 쏠쏠~

  2. 사랑이 2019/08/13 2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한 인터넷에 맛집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곳들도 참 많이 가봤습니다.
    정말 맛있는 집도 있고, 솔직히 유명세를 타서 그렇지 맛은 없는 곳들도 많았네요.
    제가 소개해 드릴 곳은 "손맛촌" 이라는 제주 갈치조림 전문점 입니다.
    처음에는 이 음식점이 제주시내에 있다가 확장해서 교래리로 이전을 했네요. 제주시내에 있을 때에 참 자주 갔습니다.
    손맛촌은 첫번째로 음식이 깔끔합니다. 일단 반찬 나오는 것 부터가 다르답니다.
    여러 음식점을 돌아다니면서 제가 주메뉴가 맛있는 곳은 많이 봤는데 ...
    대부분 반찬들은 별로 손이 가지 않는데, 이곳 반찬은 참 맛있습니다.
    반찬만 몇번 리필해 먹을 때도 있었네요. 여러해 이 음식점을 가봐서 잘 아는 내용이네요.
    계절마다 반찬이 조금씩 다르게 나오긴 하던데 ... 전반적으로 제 입맛에는 잘 맞았습니다.
    가지무침? 이라고 해야하나요? 가지에 칼집을 내서 요리한 것인데, 제가 일반적으로 먹어보지 못한 조리법이더라구요. 저희 아내가 좋아하는 메뉴네요^^
    손맛촌을 처음 접했을 때 ... 가장 인상에 남았던 반찬 메뉴가 "간장게장" 입니다.
    몸통과 발로만 해서 담궜는데~ 간장이 짜지도 않고 ... 한 입에 쏙 먹을 수 있는 게장이거든요.
    저도 참 좋아하고 ... 식사할 때 주위의 손님들을 봐도~ 평가가 좋은 반찬이네요.
    저희가 손맛촌에서 가장 많은 먹은 메뉴는 갈치조림 입니다^^ 요즘은 흑돼지는 어느 음식점, 갈치조림은 어느 음식점, 회는 어디~~ 제주도 3년차가 되니 ... 대충 어디로 갈지 그림이 그려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