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게시판-부자유게시판, 2004-06-30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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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파병, 약간 덧붙임

2004.06.30 01:23

결국- 죽은 자는 승리하는 적 뿐이 아니라 승리하는 아군에게서도 무사하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의 의미로 사건을 받아들이고, 어찌보면 진실이란 오직 그것 밖에 없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극단적인 상대주의의 나날들.

나는 도망치고 싶을 뿐일지도, 가만히 있고 싶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죽은 자의 유지를 잇는 것, 혹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죽은 자에 대한 예의를 모두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나는 다만 멍청하고 힘없는 생명중시사상에 입각해 그 죽음을 한번 더 나의 아픔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사람이 죽었다. 그냥 사람이 죽었다.

ps : 과연 어떻게 된 뒤에야 파병이 끝날 것인가. 앞당기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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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연평도랑은 별 상관이 없으니 지금 올리는 건 별로 적절한 타이밍은 아닙니다.



아닐까요?
2010/11/30 01:48 2010/11/30 01:48
어제 아이폰 4를 받았습니다.

좋은 점 중에 딱 집어서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느낌이네요.
확실히 다른 것은 남의 아이폰을 잠깐 만져볼 때와 이게 내 폰이구나 하고 쓸때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
그러니까 인터넷이나 트위터나 메일 작성이나 뭐 그런 걸 해 봐야 감이 오는 부분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한국 앱스토어에 없는 게 참 많다는 거!

그리고 아이폰으로 홈페이지에 들어와보고 나서야 안 일.  현재 레이아웃으로는 블로그 모바일 페이지가 참 보기 안 좋게 나오네요. 상단 프레임의 그림 폭을 줄이면 보기 나아질 것 같은데.. 간단하게 손 좀 볼까 싶습니다.
2010/11/05 15:10 2010/11/05 15:10
9월 초에 쓰려고 했던 글. 한 번 날려먹고 한 달 넘게 게으름.

클릭 휠의 끝과 하이테크 원더랜드

이제 와서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좀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요새 최고로 여기저기 많이 거론되는 회사중 하나인 애플에서 9월 1일쯤에 새로운 아이팟 라인을 선보였습니다. 요즘이야 아이폰이니 아이패드니 하는 것들 때문에 한물 간 물건 취급까지 받는 아이팟 패밀리지만, 무시할 수는 없죠. 아직도 토 나오게 많이 팔리고 있고.

발표회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상품은(애플 TV는 일단 빼고) 신형 아이팟 터치였습니다. 전면 카메라로 화상통화도 되고, HD 동영상도 찍고, 등등, 아무래도 가장 상위 라인이니 가장 좋겠죠. 근데 제 눈길을 끈 물건은 아이팟 나노였습니다. 신형 아이팟 나노요.

아이팟이 처음 출시된 때가 2001년 10월 23일입니다. 이 때는 'mechanical scroll wheel'이 붙어있었다는데 사실 실물은 3세대부터밖에 못 봐서 잘은 몰라요. 아무튼 기계식 휠에서 세대를 거듭하면서 터치 휠로, 다시 클릭 휠로 변화하는 와중에도 '휠'은 아이팟의 상징과도 같은 요소였습니다. 저도 올해 여름에 아이팟(클래식)을 사서 써 봤는데 이게 참 편해요. 빙글빙글 돌리면 딱! 2004년에는 아이팟 미니가 나와서 또 열심히 팔렸습니다. 마이크로드라이브(CF카드 사이즈의 하드디스크..그리고 CF카드는 예전에 카메라에서 많이 썼던 메모리카드 규격입니다) 내장에 클릭 휠. 2005년 1월에 나온 아이팟 셔플은 클릭 휠이 없었지만 애초에 그건 LCD도 없었고, 휠 들어갈 자리도 없었죠. 아이팟 미니는 2005년에 단종되고 그 자리에 아이팟 나노가 들어왔습니다(잡스가 청바지에서 아이팟 나노를 꺼내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걸 거의 라이브 중계로 본 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5년 넘게 지났습니다!). 아이팟 나노 역시 클릭 휠을 사용했죠. 아이팟 하면 클릭 휠이었죠. 대략 2003년에서 2006년 사이로 돌아가서 물어보면 진지한 얼굴로 아이팟의 최대 장점은 클릭 휠이라고 하는 사람이 제법 많이 나올 겁니다.

그리하여 근 2007년까지 MP3P 업계는 클릭 휠의 압제에 시달려왔습니다. 터치 바도 붙여보고 본체를 4방향 클릭 버튼으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아무튼 별 짓을 다 했는데, 딱히 신통한 대안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다른 MP3P들이 불편해서 도저히 써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얘기는 아니예요. 그저, 클릭 휠 만큼 편하면서도 시그니처가 될 만 하고 고유한(특허낼 수 있는) 조작체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 뿐이지요. 대략 이 무렵의 UI나 제품 디자이너들은 참 괴로웠을 겁니다.

2007년에는 다들 아시다시피..아니 알든 말든 아무튼 아이폰이 나옵니다. 발표회장에서 스티브 잡스가 구글 지도를 검색해서 나온 스타벅스 매장에 카페라떼 4,000잔을 주문하고 곧 취소한 일화는 유명하지요..같은 번역체는 그만 두고, 아무튼 아이폰이 나오고 곧 아이팟 터치가 나왔단 말이지요. '멀티-터치' 말입니다. 이로서 애플은 신나게 울궈먹던 휠을 헌신짝처럼 내다버린 셈인데, 아니, 즉시 완전히 내다 버린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게 제대로 먹혀서 급기야 터치 시대가 오고 말았죠. 다행히도 멀티 터치란 것은 클릭 휠처럼 특허를 낼 만한 구석이 없어서(는 아니고 특허를 내도 그걸 피해 갈 수 있어서), 멀티 터치 터치스크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의 분통이 터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대충 3년이 지났습니다. 셔플과 나노가 모양을 바꾸고, 터치와 아이폰이 세대를 거듭하는 동안 클릭 휠과 멀티 터치는 아이팟 라인업 속에서 서로 자기 자리를 지켰지만, 바야흐로 시대는 변하고 있었지요. 클릭 휠은 더 이상 화제에 오르지 못하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9월 1일, 결국 아이팟 나노가 클릭 휠에서 멀티 터치로 바뀝니다. 물론 아이팟 클래식이 있지만, 클래식은 이번 9월에 다음 세대가 나오지도 않았고 잡스가 역대 최강의 아이팟 라인업 운운할 때 배경화면에 나오지도 않았죠. 이리하여 애플은 클릭 휠과 사실상 작별을 고합니다. 일종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팟 클래식만을 남겨두고요.

이 이야기에서 애플의 위대함이라든가 혁신의 중요성이라든가 뭐 아무튼 되도 않는 교훈을 잔뜩 떠올리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저는 시간의 흐름 속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만 클릭 휠을 추억하는 데 잠시 시간을 바치고자 합니다. 뛰지 않으면 뒤쳐지는 붉은 여왕의 세계 속에서, 유행의 첨단에서 미끄러지고 만 첨단기술이 흘러 흘러 쌓이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참고 자료 또는 볼만한 자료 :
http://en.wikipedia.org/wiki/IPod (위키백과 iPod 항목, 영문)
http://www.youtube.com/watch?v=-WIKvtI2Zuw (2010년 9월 1일 애플 스페셜 이벤트, 영어)
2010/10/13 20:28 2010/10/13 20:28